미국에서의 긴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도 어느덧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땐 잠시 머물다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생활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특히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었습니다.
큰아이는 다행히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외국인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미국에서와 다르지 않은 교육 시스템 덕분에 적응도 수월했고, 여전히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과 프로젝트 위주의 학습이 아이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글로벌 감각을 키워나가는 걸 보며 '그래, 이 방향이 맞는 것 같아'라고 안심하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둘째와 셋째였습니다. 두 아이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다니다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솔직히 한국어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외국인학교를 고려했지만 입학 기준이 맞지 않았고, 결국 한국 공교육 초등학교에 보내게 됐습니다. 초반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아이는 차츰 적응해 갔습니다. 한국어도 많이 늘었고, 이제는 학교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는 여전히 외국인학교에서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한국 공교육이라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세 아이를 똑같이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문득 '이게 과연 공평한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큰아이는 다양한 과목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토론하며 배우고 있는데, 둘째와 셋째는 내신과 시험 점수에 맞춰 공부하고, 학원과 숙제에 치여 지내고 있으니까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너무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물론 둘째와 셋째도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교에 적응했고,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교육 방식에서 느껴지는 차이, 그리고 두 아이가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가 커 보일 때마다 '다시 미국으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늘 냉정합니다. 다시 미국으로 나가서 아이 셋을 모두 미국 교육 시스템에 넣으려면, 당장 비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부모가 함께 나가서 체류 자격을 유지하려면 직장 문제, 비자 문제, 집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습니다. 셋이 모두 학생 비자로 나가게 된다면 생활비와 학비가 만만치 않고, 대학 진학까지 생각하면 재정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지금 큰아이 한 명만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것도 솔직히 경제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학비는 물론이고, 각종 프로그램 비용, 교재비, 그리고 방학 중 해외 캠프까지... 매번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까지 같은 조건으로 맞춰주려면 1년에 수억 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부모의 노후는 물론, 지금의 생활까지 다 바꿔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싶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공평한 교육'이란 게 과연 무엇인지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정말 똑같은 환경, 똑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는 게 공평일까요? 아니면 각 아이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해주는 게 공평일까요?
큰아이는 외국인학교가 잘 맞는 아이라서 지금 학교에서 만족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과 온라인 영어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방학 동안 해외 캠프를 보내거나, 온라인으로 미국식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수업을 듣게 하려고 고민 중입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IB나 AP 과정을 제공하는 국제학교가 늘고 있어서 정보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안들도 결국 비용이 문제입니다. 셋이 동시에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하려면 여전히 재정적인 부담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인 저희는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자'는 마음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완벽한 공평함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신 각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각자의 강점과 흥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큰아이는 글로벌한 환경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시야를 넓히는 게 필요했고, 둘째와 셋째는 한국에서 안정적인 학업과 함께 영어와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병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이 고민은 계속될 겁니다. 대학 진학 문제, 비자 문제, 거주지 문제까지... 미국으로 다시 가든, 한국에 남든 간에 선택의 순간은 계속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 선택이 아이들에게 사랑과 배려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부모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려 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